이렇게 시작된 이슬람의 지배 아래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된다.
요즘은 이슬람 하면 무슬림 근본주의자들의 영향으로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이란 없는 무자비한 이미지가
생각나기 마련이지만 알 안달루스에서는 아니었다.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 같은 비무슬림 인구 모두는 '보호받는 사람들'이란 뜻인 딤미Dimmi 라고 불리며
종교의 자유를 지킬 권리가 주어졌다. 다만 비무슬림인들에게는 특별히 세금을 더 거두거나 신분상의 제약을 두는 식으로 완전한 평등을 주지 않음으로써 이슬람으로의 개종을 유도했다.
알 안달루스 시대 내내 이슬람으로의 개종은 꾸준히 증가했고, 이베리아 출신이지만 이슬람으로 개종한 사람들은
물라디Muladi 라 불렸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계속해 비무슬림 인구는 함께 이베리아 반도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이 부분에 있어 이베리아 반도의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이 유지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스페인의 옛 도시들에 가보면 시가지에 남아있는 유대인 지구를 볼 수 있고,
그 도시들 스스로도 가톨릭, 이슬람, 유대교의 흔적이 혼재된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라고 홍보하는 내용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 안달루스 시기의 이베리아 반도는 아주 번성해서, 코르도바 아미르국의 수도였던 코르도바Córdoba는
전성기 인구가 50만에 달하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거대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그 당시 세워졌던 거대 이슬람 모스크는 후에 성당으로 개조되어 지금은 메스키타Mezquita 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를 보기 위해 코르도바에 방문한다. 내부에서는 화려한 이슬람 건축문화와 가톨릭 건축문화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다.
무슬림 통치자들을 위한 궁전, 성의 건축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지금도 많은 도시에는 알카사르Alcázar 라는 이름의 이슬람 성들이 많이 남아있고 특히 세비야, 코르도바, 말라가, 세고비아 등 도시의 알카사르들이 유명하다.
드라마와 노래로도 많이 알려진 그라나다의 나스르 왕조 궁전, 알함브라Alhambra (정확한 발음은 '알람브라') 궁전 또한 이런 목적을 가지고 지어져 지금까지도 그라나다를 먹여 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래 이슬람의 통치를 받았던 도시들의 구도심은 아직도 이슬람 도시
특유의 복잡한 골목을 기본으로 한 도시구조가 아직도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톨레도나 코르도바 등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이베리아 반도 전역을 통치하며 뿌리내렸던 이슬람 문화, 특히 건축문화는
아직까지도 스페인의 정체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며 그 힘을 계속해서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뤘던 알 안달루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후 우마이드 왕조에서 여러 군소 왕국으로 찢기고, 다시 합쳐지고, 재정복 당하고, 또 갈라지며 세력이 약화됨과 동시에 북부의 미정복 지대로 남아있던 아스투리아스에서부터 시작된 국토회복운동, 레콩키스타Reconquista에 의해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다음에는 레콩키스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Hasta p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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